'전북판 구하라 사건' 1억 챙겨간 친모에…'법원의 반격'
2020.06.16 10:58:38

'전북판 구하라 사건' 1억 챙겨간 친모에…'법원의 반격'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소방관 딸이 순직하자 32년 만에 나타나 유족급여 등 1억원을 받아 간 친모가 결국 두 딸을 홀로 키운 전 남편에게 거액의 양육비를 지급하게 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남원지원 가사1단독(판사 홍승모)은 최근 숨진 소방관의 아버지 A씨(63)가 전 부인 B씨(65)를 상대로 제기한 양육비지급 청구소송에서 "B씨는 A씨에게 7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부모의 자녀 양육의무는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고, 양육비도 공동 책임"이라며 "B씨는 이혼할 무렵인 1988년부터 딸들이 성년에 이르기 전날까지의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딸 장례식에도 안 온 친모…유족급여 챙겼다앞서 A씨는 "딸의 장례식에 오지도 않았던 사람이 뻔뻔하게 돈을 받아 갔다"며 B씨를 상대로 양육비 1억8950만원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 양육비는 A씨와 B씨가 이혼한 시점부터 두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매달 50원씩 계산한 금액이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1988년 이혼 이후 단 한 차례도 가족과 만나지 않았다. 두 딸을 키우는 동안 양육비도 준 적 없었다.

B씨는 둘째 딸인 소방관 C씨(사망 당시 32세)가 사망했을 때도 장례식에 찾아오지 않았다. C씨는 수백 건의 구조 과정에서 얻은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증을 5년간 앓다가 지난해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C씨의 사망 이후 순직 유족급여 지급이 의결되면서 B씨는 본인 몫으로 나온 유족급여와 둘째 딸 퇴직금 등 8000여만원 챙겼다. 여기에 B씨는 사망 때까지 매달 91만원의 유족연금도 받게 됐다.딸 사망 후 돈 챙긴 친모…故 구하라씨 사례와 유사

고 구하라 장례식장 영정사진/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고 구하라 장례식장 영정사진/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 사건은 고(故) 구하라씨의 유산을 둘러싼 법적 다툼과 유사해 '전북판 구하라 사건'으로 불렸다.

구하라씨는 지난해 11월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친부는 자신의 상속분을 친오빠인 구호인씨에게 양도했지만 친모는 상속을 요구했다. 이에 구호인씨는 친모를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심판을 법원에 청구한 상태다.

구호인씨는 지난달 22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저희 친모는 하라가 9살, 제가 11살 때 가출해 거의 20년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다. 엄마라는 단어는 없었다"며 "(하라의) 장례를 치르던 중 친모가 찾아왔고, 친모 측 변호사들은 부동산 매각대금의 절반을 요구했다. 이처럼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게 너무나 충격적이었다"고 밝혔다.

구호인씨는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친모는 상속받을 자격이 없다'며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이른바 '구하라법' 입법을 청원하기도 했다.

'구하라법'은 자녀 양육 의무를 게을리한 부모가 사망한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민법 상속편을 개정하는 것이 골자로 한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 국회 청원에서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왔지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고,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구하라법'은 21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된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구하라법'을 대표발의하며 "구하라법의 통과를 온 국민이 간절히 원하고 있고 법률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만큼 21대 국회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심사에 나서 꼭 통과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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